넥스트 고객센터를 주제로 총 6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고객센터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고객경험을 디자인하는 핵심적인 역할로 더 높은 비전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아는 KPI
우리는 직장인으로서 각자의 소속팀과 직무에 따라 KPI가 있습니다. Key Performance Indicator라는 뜻 대로, 팀과 개인이 성취해야 할 목표 및 성과지표이지요. 매년 연말 (또는 연초), 더러는 반년이나 분기별로 우리는 팀과 개인의 KPI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달성여부(또는 달성율)이 우리의 성적표가 됩니다.
고객센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KPI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1번부터 3번까지는 일 단위로 관리하고, 4번은 주 또는 월 단위로 관리합니다.
아마 엔터프라이즈 고객센터 매니저님이라면 아주 친숙한 용어와 정의들입니다. 대부분 제가 1997년에 미국 굴지의 콜센터 운영업체로부터 전수받아 당시 모 이동통신사 고객센터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던 지표들이고(벌써 25년이 지났네요), 현재는 모든 고객센터에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관인 한국 표준협회에서 KS 인증기준으로 사용되는 지표들이랍니다.
그러나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 KPI
그러나 고객센터 매니저들은 이 KPI에 항상 불만이 있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매니저들은 항상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저에게 털어놓습니다.
불만 1. 이 성적이 진정, 우리 팀의 성적표인가요?
위에서 보시듯 모든 KPI는 ‘고객 문의 접수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고객 문의의 증감의 원인은 고객센터 자체에 있지 않지요. 제품(서비스)의 출시와 관련하여 문의량이 늘어날 수도 있고, 요일적인 원인도 있고, 제품(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여 고객 문의가 갑자기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내 점수가 낮아지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불만 2. 회사가 성장해도 내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위에 예시해 드린 고객센터의 KPI는 영업팀의 ‘매출’이나 마케팅팀의 ‘ROAS’처럼 회사의 비즈니스 성장과 align 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면 제품/영업/ 마케팅 같은 ‘가치 생산 부서’는 그들의 노력과 성과가 KPI에 반영되지만, 고객센터 처럼 ‘가치 전달 부서’는 그렇지 못한 채 이 성공 뒤 그늘에서 씁쓸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만 3.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성한 KPI, 회사는 몰라주는 것 같아요.
오늘도 대한민국의 고객센터에서는 각 KPI를 달성하기 위해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합니다. 가끔 ‘화장실도 가기 힘들 정도로 바쁜 고객센터’라는 기사가 날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의 performance는 사내에서 ‘관심’의 대상이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오히려 회사에 큰 문제가 터져서 고객 문의가 폭등하거나, 심각한 이슈가 생겼을 때에만 고객센터의 KPI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하곤 하지요.
불만 4. 고객센터에서 문의 응대만 하는게 아닌데, 나머지 업무(성과)는 어디에?
고객센터의 업무 중에는 고객 상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문의에 대한 분석 자료도출,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업무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고객센터에서는 이런 업무를 지표화하여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요. 이렇게 주요 업무(성과)가 배제된 KPI는 팀과 구성원들에게 조차도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불만과 고민은 엔터프라이즈 고객센터 뿐 아니라 J 커브를 그리고 있는 성장일로의 고객접점 부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CX manager 에게도 심심찮게 많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Back to Basics: KPI가 가져야할 핵심 조건
KPI가 팀이나 개인의 평가를 위한 핵심성과지표로서 올바르게 작동하고, 구성원들이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와 일치되어 움직이게끔 하는 동기부여로서 작동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팀의 KPI는 전사 목표와 align 되어야 한다.
모든 성과는 측정 가능해야 한다.
KPI는 팀과 구성원의 업무를 대표해야 한다.
KPI 의 각 지표는 다음 단계를 위한 네비게이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들이 고객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KPI 들이 이 네가지 조건을 충족하나요? 그렇지 않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동안 잘못된 KPI를 ‘business standard’라고 여긴 채, ‘WHY’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내 KPI의 주인은 나, 고객센터가 납득할 수 있는 KPI 만들기
넥스트 고객센터에서의 지표 수립에서 꼭 기억하고 반영되어야 할 유의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서의 미션을 재 정립하기
엔터프라이즈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이제는 더 이상 고객 문의 증가율에 비례한만큼의 인력 확장을 통해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앞서 ‘넥스트 고객센터의 미션’ 글을 통해, 저는 고객센터가 과거의 미션인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얼마나 많은 문의를 얼마나 빨리 해결했는가’라는 ‘관리’의 관점에서 ‘고객의 이슈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리드하는 것’이라는 ‘개선과 발전’의 관점으로 목적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렇게 부서의 미션이 바뀐만큼 ‘관리측면’만으로 이루어진 KPI 는 재 정비되어야 합니다.
2. 비즈니스 성장과 align 된 지표 만들기
비즈니스가 성장하면 우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로우앤베터의 천세희 대표는 “장사가 잘되는데 고객 문의가 많아진다고 죄책감을 갖는 CX manager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몸무게를 몸무게로만 보지 않잖아요? 그 사람의 키가 얼마나 되는지, 또 나이는 몇 살인지 이런 부가 요인과 함께 몸무게를 보고 그 사람이 날씬한지 과체중인지 비만인지 평가하지요. 급속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약간의 과체중이 키로 간다는 것을 알기에 영양분 섭취를 권장하기까지 하구요.
고객센터의 ‘문의건’을 단순히 건수로만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점에서 비즈니스가 어땠는지를 함께 보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매출이 좋을 때 문의량이 느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다만 고객의 self service 경험 개선을 위해 단순/ 반복 문의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효율성을 증진 시키는 것은 우리의 개선과제로 삼으면 되는 것이겠지요.
3.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지표 만들기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작가나 작품의 시대적 배경, 화풍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도 하고, 현장에서 작품이 나에게 주는 느낌을 살펴봅니다. 그림은 ‘과거의 누군가에 의해 그려진 것’이고 내가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해도 변하지 않지요. 그림을 바라보듯 과거의 정보만을 볼 수 있는 지표가 의미가 있을까요? 아마 모두 ‘NO’라고 답을 하시겠지요. 우리의 비즈니스는 계속 움직이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표는 ‘미술작품 감상’ 이 아니라 ‘운동 경기 중계’와 같아야 합니다. 각 선수의 과거 데이터와 전력 분석을 통해 경기의 향방을 ‘예측’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지표’인데요. ‘과거의 어떤 일이 현재의 문제로 나타나는지 발견하고 앞으로 해결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표를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계속 움직이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표는 ‘미술작품 감상’ 이 아니라 ‘운동 경기 중계’와 같아야 합니다.
4. 서비스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지표에 포함시키기
과거의 고객센터 지표는 ‘정보 수집처’로써의 역할을 표현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VOC는 현재 우리 회사의 pain point 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로인데요. 사실 많은 기업에서 ‘고객경험, 또는 서비스’ 개선활동에 고객서비스 담당 부서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의 공은 ‘제품, 마케팅, IT’같은 부서의 성과로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서비스 부서에서는 ‘남들이 몰라주면 어때’라고 애써 위안삼다가도, 때때로 솟아오르는 억울함을 느끼며 결국에는 번아웃 되는 케이스를 너무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기업이란 가족과 같은 운명공동체가 아니랍니다. 내 업적은 내가 소문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5. 슬기로운 지표수립을 위한 엑스트라 팁
지표를 각 항목별로 그루핑 하되, 각 그룹당 지표는 3개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해야 할 지표가 너무 많으면 작성하는데 시간만 걸리고 주위만 분산될 뿐이지요.
KPI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길어도 6개월, 엔터프라이즈 기업에서는 1년 단위로 재검토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PI 수립에 팀원들의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고객센터의 경우 업무 특성 상 업무 시간 중에 팀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팀원들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KPI는 팀 전체의 동기부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팀원들간의 논의와 합의가 중요합니다.
넥스트 고객센터의 KPI 예시
위의 제안을 반영한 ‘넥스트 고객센터형 KPI’ 예시입니다.
KPI는 ‘팀과 개인의 업무 지침서이자 성적표’입니다. 각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조직에 적용 가능한 보편타당한 불문율이 아닌,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업계에서 다 쓰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 회사만의 , 나만의 KPI’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기존의 관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진화한 고객센터’ 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