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1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으시겠지만, 요즘은 부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변을 둘러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또는, 원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직이나 시험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찾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졌는데요.
하지만, 이정도로 다채로운 이직(?)을 경험하신 분은 많지 않을것 같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자, 미국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를 거쳐 이제는 스타트업의 대표로 살아가고 계신 문우리 리더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과연 문우리 리더님은 어떤 결심과 과정을 거쳐 이처럼 다채로운 직무 변환을 하게 되신걸까요?
그리고, 실제 정신과 전문의인 문우리 리더님이 알려주는 멘탈 케어를 통한 스타트업 피플의 '번아웃' 극복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삼동에 위치한 40FY의 사무실, 그 곳에서 문우리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1. 독자 분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40FY의 대표 문우리입니다.
2. 의대 졸업, 전공의와 컨설턴트를 거쳐 스타트업 CEO가 되셨는데 어떤 과정과 결심을 거쳐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의대를 다닐 때부터 병원 내의 일 뿐만 아니라 국제 보건과 같이 바깥세상에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비즈니스 석사 과정을 밟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의 재미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돈을 벌면서 사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이후에는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 했는데, 여기서 힘든 일도 많이 경험하고 그만큼 많이 배우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들이랑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정신과 의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병원 안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케어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서는 참고 참다가 벼랑 끝까지 온 분들에게 일부의 처방밖에 해드릴 수 없으니까요.
병원 밖에는 더 많은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런 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40FY의 사무실에 걸려있던 인상적인 문구
3. 실제로도 직장인들이 정신과에 많이 방문하나요?
꽤 많이 있어요. 제가 지금도 토요일에는 판교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데, 이건 지역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정말 많이 방문하시죠.
4. 의사로서 진료를 하셨을 때와 스타트업 대표를 하는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아무래도 의사일 때는 제가 전문가이고 환자분들도 전문가인 저의 도움을 받으러 오시기 때문에 굉장히 공급자 중심의 플레이가 될 수 밖에 없어요. 병원에서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절대적이잖아요.
그런데 밖에 나와 창업을 하게 되면 이 마인드를 버려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알려주고 저런 것도 알려주고 싶다는 굉장히 공급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었죠.
이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며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요자의 관점도 생각하게 된 거죠.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가 있으시죠? 이럴 때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하는 방식으로요. 유저의 페인 포인트를 공감하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기도 하면서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5. 스타트업의 대표와 팀장 대다수가 우울증과 번아웃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가요?
사실입니다. 저도 컨설턴트와 레지던트, 유학 생활을 겪으며 소위 ‘빡센’ 직장을 많이 경험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웃음)
저는 스타트업에서 대표나 팀장직을 2~3년 했는데 한 번도 우울증이나 번아웃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과 같은 시장 상황이면 그 고민과 고통이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실제로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모든 대표님과 팀장님들이 자신의 멘탈을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고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6. 리더님도 번아웃을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아시다시피 제가 커리어과 직무를 많이 바꿨고, 외국 생활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겪을 때마다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유학을 갔을 때는 아무도 없는 미국 땅에서 적응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맥킨지에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도 그랬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동기들에 비해 이쪽 영역에서는 많이 뒤처졌으니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창업을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었고요.
많은 스타트업의 창업자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나는 창업을 하고 싶었던 거지, 리더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웃음)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리더라는 역할이 숙명적으로 주어지고 그 무게감을 실감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고 어디 말할 데도 없으니 속이 많이 썩어들어갔죠. 내 사업을 시작하면서 재미있고 신나는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 날은 출근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흐르기도 했어요.
7. 사업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더욱 힘드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다들 사업을 여러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더 힘들 수밖에에 없죠.
그리고 아마 두 번째, 세 번째 사업을 한다고 해도 매번 새로울 것 같아요. 비즈니스는 언제나 변수가 있고 그걸 모두 예상할 수 없으니까요. 복사 붙여넣기 해서 매번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도 없고요.
막상 힘든 일이 닥쳤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힘든지도 몰라서 오히려 견딜만한데, 후폭풍처럼 고난이 지나가면 ‘아, 내가 정말 힘들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우울감과 번아웃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40FY의 대표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문우리 대표
8. 팀장, 대표의 번아웃과 팀원의 번아웃에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모두에게 해당되는 환경적인 요인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직급에 상관 없이 일단 일이 많으면 번아웃이 올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 만으로 번아웃이 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어느 정도 업무량에 대한 각오가 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업무량 자체 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이 흐려질 때,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명확하지 않고 불안감이 있을 때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죠. 이걸 ‘질적 직무 부하’라고 불러요.
이때, 리더는 리더대로 팀원은 팀원대로 각자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제가 자주 하는 비유가 있는데, 비즈니스가 자동차 운전이라면 스타트업은 평탄하게 일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지름길을 찾아 핸들을 이리 꺾고 저리 꺾으면서 가는 사업이잖아요.
이렇게 어지러운 차 안에서는 운전자의 책임감과 부담감도 상당하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는 사람도 멀미로 고생하게 됩니다. 심지어 좌석이 아니라 트렁크에 타고 있다면, 바깥 상황을 잘 모르니 그 불안감은 더더욱 커져만 가겠죠.
그리고 정서적인 지지에도 차이가 있어요. 팀원들은 팀의 분위기가 좋다면 서로 의지하고 소속감을 느끼면서 번아웃의 요인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리더는 서로 아무리 친해도 리더거든요. 팀장이라면 자신의 번아웃 증상을 팀원들에게 다 털어놓기 어렵고, 대표라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외로움과 번아웃이 반복되면서 점점 지쳐 가는 거죠.
9. 그렇다면, 해결 방법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팀원의 경우, 가시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불안감을 사실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거든요. 이럴 때는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불확실한 정보로 추측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정확한 맥락을 리더에게 물어보고 판단하시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끼리의 감정적인 지지로도 극복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죠.
하지만 대표나 팀장들의 경우, 내부적인 서포트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바깥에서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극복하는 부분들이 있어 확실히 팀원의 번아웃 해결 보다는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참고 : 스타트업 리더의 번아웃 관리법)
10. 팀이 전체적으로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리더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먼저 팀이 지친 것인지 아니면 리더 스스로가 지쳐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왜냐면 리더의 상태는 전염성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팀원은 누구보다 리더의 상태를 잘 알고, 예민한 경우가 많아요. 팀장이 굉장히 지쳐있는데도 에너지를 짜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는 이유죠. 이 과정에서 팀원끼리 서로를 탓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리더는 자신의 상태부터 살펴야 해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부터 먼저 구명조끼를 입고 아이를 챙겨야 하잖아요. 그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팀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 주는 리더가 있다는 것 자체로도 번아웃이 줄어들고 업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리더 혼자만 알고 있으면 오해가 쌓일 수 있거든요.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말해주면서 가시성을 명료하게 확보시켜 주는 것이 팀원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을 이끌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와 컨트롤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11.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신경 쓰기 어려운 스타트업 상황에서 ‘이것’만은 리더십의 영역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스타트업의 리더는 ‘나의 한계’를 빨리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부분 혼자서도 여러 가지 일을 잘했기 때문에 리더가 된 경우가 많아서, 리더가 된 이후에도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절대 회사와 팀은 혼자의 힘으로 굴러갈 수 없어요. 물리적인 체력과 시간도 안 되고, 능력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빠르게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의 능력과 시간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해요. 리더의 진정한 능력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는 데서 나타나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걸 반드시 팀원들에게도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시간인지 능력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유해주세요. 덧붙여,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 다르고 의사 결정과 계획의 영역이라는 것도 함께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12. 리더님의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은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을까요?
리더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을 잘 이끌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필요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끌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와 컨트롤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두면, 그 위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에 기반한 리더십을 쌓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많은 리더분들이 시선을 바깥으로 뻗느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반을 세울 시간이 없으셨을 거예요.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내가 지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주의해야 하는지, 나의 진짜 감정은 무엇이고 부족함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점검해 보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리더들과 공유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리더로서의 나의 중심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13. 마지막으로, 리더님의 최종 목표를 알려주세요!
처음에는 모두가 내 마음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공급자 중심의 목표더라고요.
지금은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고 회사의 목표이기도 해요. 서로가 고유한 나다움을 공유하고 키워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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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 효효